김정렬 / 본지논설위원

젊은 교사시절,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연수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한 달여 동안 책으로만 접했던 미국문화와 학습지도방법을 원어민 전문가를 통해서 배웠다. 

연수가 거의 끝나 갈 무렵, 강의를 하던 교수가 갑자기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한 단어로 말해보십시오”라는 물음이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존경(respect)’이라고 말을 하며 강의를 마쳤다. 

그 분의 말씀의 요지는 교사가 다소 실력이 모자라도, 미남미녀가 아니어도, 좋은 대학출신이 아니어도, 제자들로 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으면 학습동기가 유발되고 제자들이 학교생활을 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논리는 교사와 학생 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집단이든지 간에 지도자가 얼마나 구성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공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창출해야하는 기업은 물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성공여부도 지도자들이 얼마나 구성원들로 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존경을 받는 선생님이 제자들의 학습동기를 잘 유발시키듯이,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국민들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각료들은 물론, 시장이나 구청장도 주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도록 항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고, 국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처지로 내몰고 있는 것 같다. 

국정동력이  떨어지든 말든, 정치권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으니............. 

물가와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환율마저 불안하다. 원자재 가격은 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심화되어 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의 삶도 불안하다. 

설상가상으로 물난리까지 겹쳐 사람들이 죽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누구를 쳐다보며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 할지 ...........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고, 내일은 또 다르고 .........’언제까지 민생은 외면하고 지루하게 남의 탓만 하며 정쟁에만 몰두할 것인가. 

표를 달라고 애걸복걸하던 후보자시절의 간절함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은 안중에도 없는지 염려스러울 뿐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F. W. Nietzsche, 1844~1990)는 “인간은 약속을 할 수 있는 동물이다“라고 했다. 

약속을 한다는 것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다. 책임을 지는 것은 신용을 지키는 것이다. 

신용을 지킨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공자님은 ”무신불립(無信不立) “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신용이 없으면 신의가 결여되어 개인도 사회도 제대로 설 수 없다. 공신력(公信力)은 개인존립 ,사회존립의 기본원리 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지율은 당사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지만, 국민 각자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도자가 흔들리면 ‘국가라는 여객선’에 승선하고 있는 국민들은 뱃멀미를 하며 고통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어서 빨리 신뢰를 회복하여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정치권도 ‘나를 버리고 우리’를 되찾아 국민들에게 신뢰감과  희망을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