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보내며   

김정렬 본지논설위원/시민감사관

    또, 한 해가 지나간다. 달랑 1장만 남은 달력을 보면서 새해를 맞이한다는 설렘보다 허전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해놓은 것 없이 ‘세월만 잡아먹고 있다’는 자괴감 때문은 아닐까. 

    이런 공허함을 달레기 위해 가끔 뒷동산에 올라본다. 중천에 떠있는 태양을 보며 기라도 받으면 생기를 되찾을 것 같다. 

파란 하늘에 태양은 빛나고 한 조각의 구름도 떠 있다. 

“아마도 저 구름 아래에 내 고향마을이 있고 구순(九旬)을 넘긴 어머니가 그곳에 계시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당(唐)나라 사람 적인걸(狄仁傑).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병주(州)의 법조참군(法曹參軍)으로 임명되어 부임했다. 그의 부모는 하양(河陽) 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타이항산(太行山)에 올라갔다. 

정상에 올라 뒤돌아보니 한 조각의 구름이 두둥실 떠 있었다. 그것을 본 그는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 부모님은 저 구름 아래에 살고 계시겠지.”그는 흰 구름을 보면서 부모님 생각에 잠시 비탄에 빠졌다. 

이윽고 그 구름이 걷히자 그도 그곳을 떠났는 일화에서 ‘구름을 보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함’을 나타내는 ‘망운지정(望雲之情)’이라는 4자성어가 나왔다고 한다. 

   올 한해를 보내면서 내 마음을 나타내는 4자성어로 안성맞춤이다. 

오랜 타향살이로 어머님께 효성을 다하지 못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한 해는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해였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지방자치단체도 새롭게 살림을 꾸렸다. 지긋 지긋한 코로나의 공포에서도 차츰 벗어나고 있다. 

축구선수들이 월드컵대회에서 온갖 불리함을 이겨내고 16강에 진출하여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반면에, 경제상황이 좋지 못해 서민들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있다. 난방비도 크게 올라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설상가상으로 이태원에서는 158명의 젊은이들이 압사로 세상을 떠난 비극의 여운이 지속되고 있다. 

아직도 내 탓은 없고, 남의 탓만 있다. 

    이런 우리사회의 모습을 반영하여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로, 논어의 《위령공편》과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등에 나온다. 

논어에 따르면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 ‘고 했으며, 연산군의 경우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이 말이 나온다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세례나 침례를 받는다. 이런 의식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의 잘못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아야 회개나 참회를 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가 있다. 

새롭게 태어나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고 남을 배려하고 관용을 베풀어야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동지와 적’은 있으나 ‘용서와 포용’은 부족한 것 같다.  

좁은 땅에 살면서 이념, 지연, 학연, 혈연 등의 특정한 인연으로 편이 갈리고 ,베운 자와 못 배운 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진 자와 못가진 자,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져 서로를 비난과 증오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다. 동반자관계라는 기본적 사실도 망각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모습은 더욱 심각하다. 서민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민생을 걱정해야하는데 정쟁만 하며 서민 코스프레만 하고 있다. 

기업인들도 노동자를 가족처럼 여기기를 게을리 하고, 노동자들도 기업인들의 애로와 고충을 이해하며 협력과 요구를 하는데 인색한 편이다. 

그러나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민주도 복지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화(人和)가 제일 이라는 맹자의 가르침을 기억해야한다.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다가오는 계묘년(癸卯年)에는 힘들고 무거운 감정은 다 씻어버리고 화합과 배려로 소통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