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굴레

김정렬 (본지논설위원 /전)연성중교장)

    20년 전 이맘때 나는 25년의 평교사시절을 마감하고 교감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 소식을 교장으로 계시던 초등학교시절의 은사님이신 숙부님께 전했다. “이제 너도 자유분방한 생활에서 벗어나 지도자의 굴레를 쓰게 되었구나.”라는 말로 축하를 해주셨다. 

    “교감이 되기 전 너의 성공은 너 한 사람에 국한되었다. 네가 보인 열성과 능력에 따라 학생들과 동료들은 물론, 학부모들로 부터 인정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지도자인 교감이 되고 나면 너의 성공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상생하느냐에 달려있다. 

    지도자의 성공은 그 사람이 홀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이끄는 조직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교직원이나 학생들에게 큰 소리를 치거나 화를 내면 안 된다.”라는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의 교감의 역할은 쉽지가 않았다. 교감이 되기도 어렵지만 교감노릇을 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매일 빨리 출근을 해야 하고  늦게 퇴근을 해야 했다. 교무실의 정 중앙에 앉아 30여명의 교직원들로 부터 감시와 통제(?)를 받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교장과 행정실장과의 가교(架橋)역할도 어려웠다. 하지만, 어려움이 닥칠 때 마다 숙부님의  충고를 가슴에 담고 생활을 했다. 

    어려운 부탁을 할 때는 개별 교직원을 찾아가 부탁을 하고, 좋은 일이나 상장을 전달할 때는 교무실로 오도록 하여 칭찬도하고 감사의 말도 전했다. 

    학교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을 줄이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다. 이를 위해 어느 교원단체 편에도 서지 않았다. 

    그 결과 학교분위기는 좋아지고 교직원상호간의 신뢰가 쌓여갔다. 자연히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도 잘 이루어졌다. 

    사실, 평교사시절에는 교감이나 교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평도하고 항의도 할 수 있다.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분들을 좋아할 자유’도 ‘싫어할 선택권’도 평교사에게는 있다. 

    하지만, 학교지도자인 교장이나 교감이 되면 교직원들을 ‘좋아할 의무’는 있어도 ‘미워할 권리’는 없다.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교직원들을 편애 하거나 증오하여 편 가르기를 하면 학교교육은 엉망이 된다.  

    이런 원칙은 학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영리를 추구해야하는 기업은 물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정부도, 국회도, 지방자치단체도, 공공기관도 국민들과 함께 공동의 이익을 향하여 같이 가야할 소중한 동지다. 

    결코 적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지도자가 독불장군처럼 조직을 이끌고 나가서는 안 된다. 항상 좋은 소리보다는 쓴 소리를 경청해야한다.

    조직을 관리하는데 지휘통솔(指揮統率)이라는 말이 있다. 법과 제도가 부여하고 있는 지휘는 누구든지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하는 통솔은 아무 지도자나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용력이 있어야하고 가슴이 따뜻해야한다. 보스턴 필 하모니 지휘자인 벤 젠더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는 자기는 정작 아무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는 얼마나 다른 이들로 하여금 소리를 잘 내도록 하는 가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다. 다른 구성원들 속에 잠자고 있는 가능성을 깨워서 꽃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능력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정년퇴직을 하고 야인으로 평범한 삶을 살다보니 이제야 철이 든 것 같다. 

   40여년의 공직생활을 뒤돌아보니 후회와 아쉬움뿐이다. 좀 더 열심히 할 걸, 좀 더 동료들과 선후배들에게 잘 할 걸................

   희망찬 봄과 함께 교장과 교감으로 부름을 받은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