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예찬 (老年禮讚)

김정렬 (본지논설위원/시민감사관)

   일전에 향우회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초청장을 받고 1시간여를 자전거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 했다. 정든 고향을 떠나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여서 고급승용차가 많았다. 내 허름한 자전거도 고급승용차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승용차보다 내 자전거에 관심이 많았다. 

   외제차도 아니고 비싼 고급 차도 아닌데……. “저 자전거 혹시 김 교장이 타고 다니는 것 아니야. 부럽네! 저 무거운 자전거를 타고 매일 두 시간씩 출퇴근을 하다니. 적지 않은 나이 인데” 나이를 먹다보니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보다는 건강한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40여 년 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온갖 특혜를 누렸다. 중등학교 교장을 9년하고도 반년을 했다. 평교사 시절에는 전국 영어교사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우수사례를 발표하여 한국영어교육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았고, 인천시교육청 홈페이지를 영어로 번역을 하기 도 했다. 

   훈장, 대통령상, 경인봉사대상, 시민상, 구민상 등 많은 상을 받았으며,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또, 지금까지 각종 언론 매체에 300여회 이상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이 모든 것들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순간을 스쳐간 영광의 흔적들일 뿐이다. “그 때는 참 좋았는데……. 이제는 단물이 다 빠진 껌 딱지 신세가 되어버렸구나.”라는 탄식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언더우드의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기도문을 암송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사랑합니다. 내 삶 내 인생 나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고민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날마다 깨닫겠습니다. 

   나의 하루는 기적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좋은 시절이 있으면 나쁘고 어려운 시절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온다. 아장 아장 걸으며 재롱을 피우는 어린아이도 세월이 가면 청년과 중년을 거쳐 노년에 이르며, 귀천(歸天)을 준비해야한다. 

   때문에 사람의 행복의 척도는 노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다. 젊은 시절의 어떤 성공도 노년의 행복을 대신 할 수는 없다. ‘기승전노년(起承轉老年)’이라는 논리가 맞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귀동냥으로 들은 노년을 유복하게 보내는 방법을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첫째, 배우자가 있어야한다고 한다. 열 명의 효자도 악처 하나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부부는 젊어서는 연정(戀情)으로 살지만, 늙어서는 서로를 의지하며 의료인과 상담자로 살아간다. 두 번째는, 건강이라고 한다. 

   건강하지 못한 노인은 본인도 힘들지만 가족들의 짐이 되고, 심하면 사회로 부터 버림을 받기도 한다. 셋째는 돈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많으면 좋지만 적어도 남에게 손을 내밀지 않아도 될 만큼은 있어야한다고 한다. 넷째로는 일이 있어야한다고 한다. 일이 없는 삶은 ‘앙꼬(팥소)가 없는 찐 빵’과도 같다.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보면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벗이 있어야한다고 한다. 자주 만나 고민도 토로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취미활동도 하면서 풍요로운 여생을 보내야 한다. 이를 ”일처(一妻,)이건(二建),삼재(三財),사사(四事),오우(五友) “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나는 ‘일’이 있어 특히 행복하다. 학교에서 배움터지킴이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좋다. 매일 두 시간여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현역이다. 자연환경과 교감을 나누고 건강도 챙긴다. 학교에서는 유치원아이들과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노인일자리 센터에서 오시는 팔십대 어르신들과도 친구가 된다.  

   오늘도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교장선생님의 인사에“ 신선놀음을 합니다.”라는 감사의 대답을 하면서, 노년의 여유로움을 즐긴다.

    5월은 노인의 달, 우리들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