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버이는 서운하다.

  이연수(본지 논설위원 / 前송도고 교감)

며칠 전 ‘카네이션 한 송이의 가격이 만원이 넘는다.’ 라는 뉴스 보도를 접했다. 

어버이날에 연이어 스승의 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다.

작년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하여 한국도 기준금리가 상승되면서 불가피하게 고금리 시대에 들어와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고 덩달아서 물가도 상승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의 액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확실히 시대가 다르고 이전의 우리 세대가 겪어왔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세상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인해 서로 얼굴 보면서 얘기하던 것에서 문자나 SNS상으로 말하는 세상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가족 간의 대화도 이제는 문자가 편한 세상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사실 아무 문제가 없다. 직접 말로 하던, 문자로 하던 어떤 식으로든 소통이 이뤄진다면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점점 자녀가 성장해감에 따라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린 자녀가 성장해갈수록 자식은 부모의 울타리에서 자꾸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자녀의 머리가 커간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우리 부모들은 소외감마저 느끼고 만다. 이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사실 어버이날은 과거 대가족 중심문화에서 중요시되던 유교적 관념에서 비롯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탓인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버이날의 풍경도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대부분 가정은 핵가족화 되었고 1인 세대 인구까지 많아진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명절이 아니고서는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이 되었는데도 어버이날엔 여전히 카네이션과 5만원 권 지폐 몇장만 존재한다. 

물론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꽃한송이라도 진심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자 그리 생각했다면 다행이다. 그 진심이라는 것이 좀 의심이 되지만...

하지만 요즘의 어버이날은 ‘남들이 하는데 나만 안할 수는 없잖아.’ 하는 마음에서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저 보여주기 식의 행동이거나 그도 아니면 마지못해서가 더 맞는 표현인 듯 싶다.

차라리 그러할 바에는 굳이 어버이날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어느 새 진심어린 마음은 사라져버리고 형식만이 남아서 그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MZ세대들이라서 그런지 어떤 편향적 사고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듯하다.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문화가 강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누구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건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자기중심적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잣대로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절대 잊어서는 안 되겠다. 

내년에는 형식적인 카네이션이 아니라 진심어린 카네이션을 우리 어버이들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