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능 논란을 보면서... 

김정렬(본지논설위원)

   “어떤 문항은 대학교수조차도 풀 수 없을 정도였다” 라는 말로 교육부장관은 대입수능문항의 난이도문제를 거론하였다.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가 어떤 문항을 풀 수 없다면 그것이 난이도가 아주 높은 킬러문항인가. 

   그의 말에 선뜻 동의가 가지 않는다. 

   대학교수나 학자와 같은 전문가는 특정한 분야에는 배경지식이 충분할지 몰라도, 여러 교과가 융합된 폭넓은 배경지식이 요구되는 대입수능과 같은 문제를 풀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폭넓은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고등학교 3학년일 것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3학년학생이 어렵게 느끼는 문항은 고난이도의 문항이고  그렇지 않은 문항은 평범한 문항일 것이다.  

   굳이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문항변별력 논란이 일어나야만 할까. 

   갑작스러운 문제제기에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교와 사설교육기관까지 당황하고 있다. 

   한두 해 치러진 시험도 아닌데..........  30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평가로 자리를 잡고 있다. 

   더 더욱이나 입시지도와 출제에 있어서 ‘신의경지(?)’에 이른 전문가들이 출제자와 검토자로 나뉘어 문항을 제작하고 있다. 

   조금 더 빨리 공론화를 거쳐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매년 평가를 주관하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고등학교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기본개념에 대한 이해와 적용능력이 있는 학생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문항을 출제할 예정이다”라는 판에 박힌 수능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평범한 문항으로만 이루어져 고3학생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각종 자격시험과는 다르다. 

   국가자격시험은 일정한 점수이상을 얻으면 합격자로 인정을 받아 소정의 자격증을 교부한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일렬로 세워야한다. 

   따라서 변별력이 생명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학서열이 뚜렷하고, 학연(學緣)과 지연(知緣)에 따라 출세가 좌우되는 현실에서는 수능에서 얼마나 좋은 등급을  받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수능처럼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모든 시험에는 중간 값이 있고 정규분표곡선에서 가장 많은 등급과 구간이 있기 마련이다.     수능도 표준점수에 의해 9등급으로 분류하고 중간 값인 5등급에 전체 수험생의 상위40%∼60%가 되도록 한다. 

   이를 위해 문항작성의 길잡이가 되는 이원목적 분류표를 작성하여 타당도, 신뢰도, 객관도, 변별도가 높은 문항으로 출제하고  성취기준에 적합한 문항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기출제 문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문제지, 참고서를 전제하거나 복사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출제자와 검토자를 달리하고 있다. 

   이런 여러 제한사항을 엄격하게 지켜도  평가이후에 예측불능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나는 입시전문가는 아니다. 단지 매년 수능이 끝나면 수능문제를 풀어보고 있을 뿐이다. 

   특히 교직생활을 마친 이후에는 재능기부삼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과외지도를 하고 있다. 

   수많은 모의고사와 수능문제를 접하면서 문항들이 많이 진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외형에는 변화가 없지만 문항의 난이도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영어로 되어 있지만 영어실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항이 더러 있어 당황하기도 한다. 

   소멸되어가고 있는 내 배경지식에 한계를 느낀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상당수의 대학총장들이 이제는 자격시험으로 바꿀 때가 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점차 대학정원보다 수험생숫자가 더 적어지고,  30년 동안 수많은 모의고사와 수능을 치루다 보니 문항을 제작하기 위한 글감을 찾기도 쉽지 않으며, 매년 거의 똑 같은 문항의 배열, 표현력은 도외시되고 이해력측정 중심의 문항들 ...........뭔가 변화가 있기는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킬러(killer)’, ‘카르텔’과 같은 불편스러운 표현까지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일반계고등학교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