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사랑해주세요  

김정렬 (본지논설위원)

    “교육자와 행정가와 학부모 모두 잘 해보자고 하지만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거리로 뛰어나가 투쟁하기도 한다. 이건 교육이 아닌데, 이러자고 교육자가 된 게 아닌데…….혼란스럽다. 교육자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스승’이라는 고귀한 단어가 우리 주변에서 서서히 사라져버리고 있다. 가끔 들리기는 하지만 왠지 무척 어색하게 느껴진다. 가슴이 아파온다.”( 조벽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에서)

    전국 여러 곳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언을 일삼는 패륜적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한 새내기 교사가 교직생활이 너무 힘들어 그가 가르치던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그가 근무하던 지역은 생활수준이 높고 교육열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부모가 고소득이고 고학력이면 뭐하나, 의식은 교사를 무시하는 천민인데, 교권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라고 어느 성직자는 탄식을 하고 있다. 

    사실, 이번 일은 예견된 불행이다. 살얼음판 같은 교실, 부족한 법과 제도, 나약해져가는 교권, 편향된 시각을 지닌 언론 보도와 선거제도 ……. 아프고 괴로워도 선생님들은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직은 사기를 먹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다. 교직은 봉급을 많이 받는 직업도 아니고 권력이 있는 직업도 아니다. 단지 제자를 가르치며 보람을 얻는 직업이다. 따라서 보람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학교는 사랑과 존경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학문과 덕성을 수련하는 도장이다. 학생은 선생님을 따르고 배우면서 꿈을 키우고, 선생님은 제자를  가르치면서 보람을 얻고,  학부모들은 알찬 학교교육에서 만족감을 느껴야한다. 이런 이유로 한 때 인천교육의 구호가 「꿈, 보람, 만족」인 적이 있었다. 

   교육은 ‘의도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한다. 특히, 초중등교육은 고등교육과 달리 미성숙한 학생들을 보다 더 성숙한 인간으로 변모시키려고 꾸준히 노력을 하는 과정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는지’를 가르치는 곳이 학교이다.  

   학교가 붕괴되면 가정, 병영(兵營), 직장, 그리고  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빈곤과 무지의 악순환이 가속화되어 양극화는 심화되고 자유와 평등은 먼 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비난과 질책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사기를 북돋아 주었으면 한다. 교육자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다. 완벽한 인격자라기보다는 그렇게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교사는 예수나 석가모니처럼 위대한 사람도 솔로몬처럼 현명한 사람도 아니다. 단지 지혜롭고 능력 있는 제자를 길러내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지도자일 뿐이다.

   후배교사들께도 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깨우치고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쉽게 좌절하지 말자. 대신에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공부하여 통 큰 교육자로서의 품성과 자질을 키워나가자. 또, 교실에서는 수시로 교우관계를 조사하고 꾸준한 관찰과 상담을 통하여 지도과정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관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학부모와 자신 있게 의사소통을 하자.

    학생인권이나 교권보호는 법과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가치관이 변화되어야한다. 교직이 전문직임을 인정하고 교권을 존중하여 교사가 교실에서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학생을 가르치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도록 도와주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