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학교, 불안한 교육  

김정렬 (본지논설위원/전)연성중교장)

    20여 년 전에 내가 겪었던 교실에서의 고통이 사라지기는커녕, 여전히 더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며칠 간격으로 선생님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비보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슬픈 소식을 접하면 과거에 내가 겪은 일화가 떠오른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날 무렵, 학생 한 녀석이 ‘선생님, 끝 종 났어요!’ 라는 말로 초를 쳤다. 들은 척 만 척하고  계속해서 수업을 진행하자, ‘선생님 수업 끝났다니까요’라고 짜증 섞인 말투로,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항의를 했다.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하려고 쉴 시간도 포기하려는 나의 노력이 평가절하 되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학교가 가기 싫으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결석하는 학생이 있었다. 전화를 해보면 ‘아파서 자녀가 학교에 못나간다’고  부모는 자식의 잘못된 행동을 두둔해주었다. 

  수업시간 중에 조는 것이 아니고 아예 책상에 얼굴을 대고 잠을 자는 학생들이 있었다. 깨우면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유를 물어보면 밤을 지새워 학원과 집에서 공부를 했으니 ‘학교에서는 좀 주무셔야겠다.’ 는 반응을 보였다. 도저히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바로잡아주자니 고분고분하지도 않은 학생과 한바탕 체면 구겨가며 전쟁을 치러야 하고, 내버려두자니 가르치는 교사의 권위가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 괴로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았다. 

   또, 일반계고등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할 때다. 교과서를 일찍 끝내고 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하여 문제집을 다루었다. 나의 설명을 전혀 듣지 않는 학생이 있었다. 

  50쪽을 가르치고 있는데 설명은 듣지 않고 100쪽을 혼자서 공부를 한다. 문제집과 해설집을 옆에 펴고서……. 대충 대충 의미만 파악하여 정답을 맞히는 연습만 열심히 했다.  ‘정확한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어휘를 정확히 모르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방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교육의 전문가인 선생님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학교가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학교교육이 불성실하여 사교육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일까. 학교선생님들은 정말 무능한 것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교사가 되는 길은 너무 험난하다. 선생님이 되기 위하여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가야한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등학교에서 최상위 권에 들어야한다. 

  외국어 교사의 경우에는 대학을 다니면서 해외어학연수나 교환학생으로 1-2년은 외국에 다녀온다. 토익점수도 990점 만점에 900점 이상이다. 영어논술과 수업실기평가 등을 거쳐 교직에 들어온다. 

   이렇게 수준이 높은 선생님들이 학생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것은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사교육기관에서 배우면 이해가 잘 간다. 선생님은 실력이 없는데, 학원선생님들은 실력이 있다. 정말 그럴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정책들이 나오지만 사교육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와 선생님을 믿어주는 것이다. 늘 격려하고 권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학교교육이 ‘주식(主食)’이고 사교육은 ‘부식(副食)’이라는 점을 늘 잊지 말아야한다. 

  정치인들이나 사회의 지도자들이 자기 홍보를 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이 출신학교이다. 출신학교 대신에 잠시 수강했던 학원이나 개인과외선생을 내세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녀가 집에 와서 학교선생님이나 학교교육활동에 대하여 못마땅하게 말을 하면 자녀의 말만 전적으로 듣지 말고, 학교나 선생님의 입장을 들어본 뒤에 해결책을 찾아보아야한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려하지 않고 주변에 전가하려는 경향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자기 자녀를 사랑하는 만큼  선생님들도 자기 학생을 사랑하고 있다. 학교와 선생님을 믿어주면, 자녀교육이 그만 큼 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