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을 합시다. 

(577돌 한글날에 즈음하여)   

 김정렬(본지논설위원/전)연성중교장 ) 

    며칠 전,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한 이웃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며 가까이 다가와, 어떤 지인이 나를 험담하고 다닌다고 고자질을 했다. 내가 화를 내지 않고 대신에 미소를 짓자, 그분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며 , “김 선생, 기분 나쁘지 않아요?” 라는 말을 했다. “아니요, 제가 직접 들은 말이 아니면 저는 무효입니다. 임금님도 없는데서 는 욕도 한다고 하지 않아요.”라는 말로 응수(應酬)를 했다. 

   또, 가끔은 “당신 왜 나에 대해서 험담을 하고 다녀”라는 질책성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 마다, “그 말을 제게서 직접 들으셨나요. 아니면 그 말은 무효입니다.”라는 말로 웃어넘긴다. 

   사실, 나쁜 말은 돌고 돌다보면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는다. 잘못하면 험한 비수(匕首)로 변하여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기도 하고  큰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말은 자주하고 나쁜 말은 가급적 하지 않는 언어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0월 9일은 577돌 한글날 이었다. 범국민적 한글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제정된 기념일로 세는 단위도 ‘몇 주년’, ‘몇 회’도 아닌 ‘몇 돌’로 표기한다.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더불어 5대 국경일이다. ‘빨간 글씨니 그냥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얼마나 곱고 올바른 말을 사용하는지 각자의 언어습관을 점검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정치인들, 공직자들, 유투버들, 그리고 인터넷 사용자들 .......... 칼로 배인 상처에는 치료약이 있지만, 말로 베인 상처에는 치료약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스페인의 철학자이며 신부였던 발타사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Y Morales 1601-1658)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말을 삼가는 것이 현명하고 안전한 길이다. 그대의 입안에 있는 혀는 마치 야수와 같다. 한 번 날뛰기 시작하면 그것을 다시 잡아매기는 지극히 어렵다. 가장 삼가야할 사람이 가장 그렇지 못할 때가 죄악이다.”라는 충고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살기가 힘들어지면 말이 거칠어지고 칭찬보다는 중상모략과 비방이 난무한다고 한다. 다정하게 살아온 이웃사촌은 물론, 심지어 피를 나눈 형제끼리도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벌어져 원수처럼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생활이 어렵고 세상이 자기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험한 말로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서로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아니고, 남의 행복이 진정한 나의 행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다. 친절과 관용은 자신의 심리상태가 편안하고 포용력을 갖추고 있어 모든 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이다. 또, 용서는 상대방을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을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괴롭고 힘든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고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태도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극단적으로 양분된 모습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좌와 우,보수와 진보 ,남과 여.지배자와 피지배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가진지와 못가진자간의  갈등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때문에 포용과 협력이 더 한층 요구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나’보다는 ‘함께’ 살아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글날을 맞이하여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되새겨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