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글을 써 보자

김정렬(본지논설위원/전)연성중학교장) 

    나는 지금까지 잡지, 간행물 ,그리고 언론매체에 400회 정도의 글을 쓰고 있다. 주로 40대 이후가 대부분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는 한 교육실습생의 권유에서 비롯되었다. 연구부장으로서 실습일지에 지도의견을 써놓은 것을 보고는 “선생님, 글을 한 번 써 보시지요. 

   상당히 소질이 엿보이는데요. “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에 용기를 얻어 지역신문과 교육청 간행물 등에 글을 썼다. 

   때론 전공을 살려 국내에서 발행되는 영어신문에도 글을 썼다. 

   이런 습관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교감발령을 받고 서였다. 매년 장관, 교육감 등 각종 상을 받을 대상자를 선정하여 공적조서를 써서 추천을 했다. 

   물론, 수상대상자는 자신의 공적조서를 본인이 써야했다. 그러나 본인이 자신의 공적조서를 쓰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때로는 스스로를 칭찬해야하고 다소 공적을 과장하여 써야하기 때문이다. 제출마감일이 다가오자 공적조서를 써서 쑥스러워하며 교감인 나에게 가져왔다. 

   내가 빙그레 웃으면서, “선생님, 공적조서는 작성자인 교감이 쓰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하며 교감인 내가 썼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교직원들로 부터 칭찬을 받곤 했다. 

   또, 이런 일로  교감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학교경영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 자신의 공적조서는  내 자신이 직접  쓸 수밖에 없었다. 

   글이란 원래 짓는 것이 아니고 쓰는 것이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는 것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1년 365일 동안 숨을 쉬고 심장이 돌아가고 이웃들과 부딪히며 삶을 살아가기에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는 주변에 널려있다. 

   풀포기, 나뭇잎, 돌멩이, 소라껍질, 학생들과 동료들, 벌레 한 마리까지도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대하면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자. 귀를 조금만 더 크게 열어보자.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이 보이고 들려온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종이에 옮기면 되는 것이다. 억지로 짜 맞추고, 과장하고 꾸미고……. 잘 써야한다고 생각하면 글쓰기를 포기해야 한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현능력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특히 글쓰기 능력은 심각한 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마저도 무엇을 쓰라고 하면 큰 부담을 갖는다. 

   이는 읽기나 듣기 위주로 이루어져오는 수동적인 언어교육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활동을 4가지 기능(skill)으로 나눈다. 

   말하기, 듣기, 읽기 그리고 쓰기 이다. 4가지 기능은 독립적이 아니고 상호의존적이며, 말하기와 쓰기를 표현영역으로 듣기와 읽기를 이해영역으로 분류한다. 

   표현영역은 능동적 능력으로 이해영역은 수동적 능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용이성과 편리성을 추구한 나머지 선다형 위주로 출제를 하고 평가를 한다. 표현능력 보다는 수동적인 이해영역을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은 이해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히 말하기와 쓰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재직 중에 영국이나 미국에 있는 초중등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마다 토론과 독서를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자기 생각을 원고지에 바로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글을 쓰라고 하면 연습장에 일단 작성을 하고나서 원고지에 옮긴다. 

   자연히 시간도 부족하고 내용도 자연스럽지 못할 수밖에 없다. 글을 쓰려고 하지 않고 지으려고 한다.

   가을을 맞이하여 독서를 하고 가족들이나 지인들과 글로 대화를 해보자. 종이 편지도 좋고 전자 우편도 좋다. 

   그리고 그들이 자기표현을 하면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공감을 해주자. 억압하고 꼬집으면 거짓말을 하여 그 순간은 잘 모면할지 모르지만, 늘 진실을 가리려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져 버릴 것이다. 

   그 결과  영영 정직과 공정의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정신적인 미아(迷兒)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