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나라로

김정렬 (본지논설위원)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교정에는 매화나무가 꽃을 피웠다. 

   아무리 겨울이 춥고 바람이 매서운들 따스한 봄이 오는 것을 방해할 수 있겠는가. 

   생기가 감도는 교문으로 얼마 전까지 유치원 복을 입고 예쁘게 인사를 하던 쌍둥이 자매가 이젠 초등학생이 되어 들어온다. 

   영락없는 천사들의 모습이다. 부디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더욱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물려주어야할 텐데...........

   하지만, 요즘 나라가 어지럽다. 극심한 분열로 내전이라도 일어날 기세이다. 누구의 말이 옳고 누구의 말이 그른지 분간할 수 없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유튜버들은 명절 대목이라도 만난 듯 기세를 올리고 있다. 

   우방이라고 철썩 믿고 있는 미국은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워 우리나라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방위비 분담을 무리하게 요구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방으로 언제까지 우리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려는지…. 우리의 안보를 외세에만 맡겨도 되는지… 나라가 없어지면 보수도, 진보도, 공정도 상식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없고, 아무리 열심히 치료를 받아도 건강이 나아진다는 가망이 없고, 아무리 열심히 근검절약을 하고 살아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내일의 삶이 오늘보다 더 나아진다는 기대감이 없는데.….진보학자인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이후 한국사회가 더 나빠졌다고 본다. 

   계급 간 불평등 구조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심회되어 왔으며 ,과거 교육과 근면을 통해 가능했던 사회이동의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정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냉소를 넘어 거의 분노에 가까운 상황이다. 

   엄청난 사회적 불만이 팽배해있지만 정상적인 제도와 절차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또한 없기에 '뭔가 강력한 변화를 바라는 사회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그의 저서 「민주화이후의 민주주의」‘에서 말하고 있다. 

   사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온 노년세대들은 젊은 시절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지만 ‘희망이라는 자산’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 신분상승의 통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사랑한다면 월세 방에서도 행복을 꿈꾸며 신혼 생활을 하고 자녀를 낳고 길렀다. 

   열심히 돈을 모아 전세방으로 옮겨갔고 내 집도 마련하고 자녀들의 교육도 시켰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가치관은 다른 것 같다. 갖추어지지 않으면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을 헤도 자녀를 낳지 않는다. 

   자연히 일할 사람은 적어지는데 노후를 누려할 사람은 많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어려운 미래가 예견되는 데도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언행일치(walk the talk)를 기대할 수 없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미움을 넘어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있다. 현재를 열심히 살면서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투기적(speculation) 삶을 살지 말고 투자적(investment) 인 삶을 살아야한다. 

   구구단처럼 2단부터 차근차근 외워  9단까지 외워야한다. 언론도 일부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의 부풀린 성공담이나 재테크관련 소식도 신중하게 다루어 주었으면 한다.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하늘은 돈 벌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 존재의미가 있다. 물질적 풍요로움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존재의 차이는 없다. 

   우리는 곧장 불평하고 스스로를 부정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하늘이 인간을 낼 때 반드시 먹을 것을 주고, 땅이 풀을 기를 때는 반드시 이름을 지어준다. 

   내가 우주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라는 박재희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우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