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렬(본지 논설위원, 전 연성중 교장)

지난 4월21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평생 청빈한 삶을 살아오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88세로 선종하셨다. 

그분이 남긴 재산은 100달러(약14만원)에 불과 하고 교황으로 재임기간에도 무보수로 봉사했다고 전한다.

특히, 2014년 한국방문 때 고급 의전자량대신에 소형승용차를 이용하여 이목을 끌었고, 20년 전부터 착용한 철제십자가는 물론, 낡은 구두와 오래된 가방이 큰 화제가 되었다.

권력과 돈보다도 명예가 얼마나 더 소중한가를 보여주었다.

뜻하지 않은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도 권력과 부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고 일정기간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며 봉사하는 계약직 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한다.이를 위해 사업도 하고 좋은 학교도 가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고위직에 진출한다. 

하지만, 돈과 권력은 살아서 한 때 누릴 수 있지만 영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명예는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누릴 수 있고, 후손들에게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이유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명언이 있다.

사실, 해방 후 많은 대통령들이 권좌를 거쳐 갔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분들은 드문 것 같다. 아마도 명예보다는 권력과 부에 집착한 결과 일 것이다.

장기집권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여 권좌에서 쫓겨나 망명자 신세가 되기도 하고, 부하의 손에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반란을 일으키고 양민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러 사후에도 묻힐 곳을 찾지 못한 분도 있으며, 부패혐의로 옥살이를 한분도 있다.

또, 재임 중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자식이 많은 부를 축적하여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례도 있다.

또, 자질이 부족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전직대통령으로서 권리와 영예를 누리지 못한 분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 탓은 없고 남의 탓’만 하다가 불명예를 자초한 분도 있다.

대통령직은 하늘이 내린 자리라고 한다.아무나 할 수 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중요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재임 중에는 각종 특권과 예우를 받고, 퇴임 후에도 많은 연금과 경호의 예우를 받는다.

돈에 대한 걱정도 권력에 대한 집착도 필요가 없는 좋은 자리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나라를 위하여 봉사만 열심히 하면 되는 자리이다.

프레드 그림슈타인(Fred I. Greenstein)교수는 “대통령직은 자신에게는 인간이상의 것을 요구당하는 직분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사실 대통령직은 자신이든 자신을 선출해주는 사람이든 무조건적으로 혹평(酷評)으로 시작해야 일을 잘할 수 있는 직책이다.”라며, 대통령의 자질로서 “의사소통능력, 조직능력, 정치력, 통찰력, 인식능력, 감성지능” 등을 들고 있다.

또, 케이티 마튼(Kati Marton)은 그의 저서 「숨은 권력자, 퍼스트레이디」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움직이고 그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가 움직인다.

정치가로서 성공하려면 권력과 지위로 고립된 자신을 현실세계와 연결시켜줄 수 있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라는 말로 배우자의 위상과 역할을 정의하고 있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키기도 한다. 높은 자리일수록 겸손과 정직과 성찰이 요구되는 낭떠러지위에 있는 집과 같은 곳이다.

잘못하여 추락하면 본인은 물론 구성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자리는 결코 밟으면 안 될 전철(前轍)만 있다. 귀감은 없는 자리다. 

그런대도 때가 되면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이 줄을 서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귀감이 되어 온 분도 그 바닥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헤어나지 못한 것을 본다.

그 분들에 의해 혹시 달라질 수 있을까하는 기대보다 곰삭은 부패의 함정이 엄청난 흡인력을 갖는 것 같아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는 박완서 작가의 지적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