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김정렬 (본지논설위원/자원봉사자)

오늘도 교문에서 학교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즐겁게 인사를 건네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코알라처럼 엄마 몸에 찰싹 붙어 있는 아이, 초등학교 시절의 담임 선생님을 찾고 싶다는 어머니, 생동감이 넘치는 교직원들……나름대로 자기 역할에 충실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특히, 80세가 넘은 노인들도 국가공무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활동을 하신다. 

학교를 청소하고 잡초를 뽑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 하도록 교통지도를 하고 학교주변의 시설도 점검한다. 

때로는 서로의 우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탕, 과일 ,음료수, 밤, 도토리묵 ,개떡 등을 나누어 드시면서 나에게도 준다. 

“동생, 맛있게 드셔, 동생 나이 때만 되도 좋았는데 …….” 내 나이 칠십을 넘었는데도 아직도 청년 취급을 받고 산다.  

꿈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과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되어 열심히 활동을 하는 어르신들이 늘 곁에 있으니……. 

저물어 가는 태양이 떠오르는 태양인 아이들로 부터 매일 기(氣)를 받고 산다. 

가끔, 어느 독지가가 자신의 가게에서 팔다 남은 빵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고맙게 받아서 나도 먹고 비상식량으로 남겨두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준다. 

오물수거 종사자들, 택배 업무 종사자들, 그리고 어르신들……. 기부자의 따뜻한 정을 전하면서 나도 기쁨에 넘친다. 

하지만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이 불편한 아이를 달래고 달래가며 등교하는 학부모들, 학교폭력으로 선생님과 상담하기 위해 방명록을 쓰는 학부모들……. 또 매일 오전 10시면 아픈 딸에게 약을 주기 위하여 아버지 한분이 찾아오신다. 

위로라도 하려고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가볍지는 않겠구나.”하고 생각하며 쾌유를 빌며, 나도 모르게 가끔은 눈물도 흘린다.

사실, 나는 살아오면서 세상살이가 힘들고 외로울 때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고민을 던져버릴 때가 많다. 

풀릴 것 같지 않은 고민거리가 해결되어 나의 마음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이처럼 하늘을 향해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군대 생활을 통해서  배웠다. 

통신병으로 근무 하면서 가끔 야전선 정리 작업을  했다. 때로는 야전선이 얽혀버릴 때가 있다. 

지체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얽힌 야전 선을 던져버렸다.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저절로 풀리곤 했다. 세상에는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깨달음을 역경과 신앙생활 속에서 배우곤 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진리도 깨 닳았다.  

정말, 세상은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느냐 보다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장관이냐, 판검사냐, 국회의원이냐 교장이냐 구청장이냐 보다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국가최고책임자도 잘못하면 국민들로 부터 버림을 받을 수 있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동자도 주민들로 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열심히 살면 본인도 즐겁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도 즐거운 것 아닌가. 

세상은 즐거운 소풍 장소가 아니겠는가. 다함께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며 시 한편으로 마무리한다.

“기쁨이 크면 웃을 따름/ 꼬치꼬치 캐묻지 마라/ 그저 웃음으로 마음이 찬다/  아주 좋은 일이 있을 때/ 生色이나고 활기가 나고/ 하늘마저 다정한 누님 같다.” (천상병의「기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