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구맹주산(狗猛酒酸)

송금호 작가(언론인)

주막집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이다. 

본래는 나라에 사나운 개, 구맹(狗猛) 같은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지만, 오늘날엔 본분과 상식에서 일탈하는 구성원으로 인해 그 집단 본래의 가치가 손상당하는 경우를 일컫기도 하겠다.한비자(韓非子)의 저서 <외저설우(外儲說右)>에서 유래한다.중국 전국시대 송(宋)나라에 술 빚는 재주가 탁월하고 친절하며 정직한 술장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술은 잘 팔리지 않자 술장수는 마을 어른인 양천(楊?)을 찾아가 그 이유를 알고자 했다. 

그러자 양천이 술 장수에게 “자네 집의 개가 사납지?”라고 물었고, 술 장수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양천이 “대개 어른의 심부름으로 아이들이 술을 사러 오는데 당신네 개가 사납게 굴어 들어갈 수가 없으니, 술이 팔리지 않고 시어 가는 것이네”라고 말했다.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빗대어 아무리 어진 신하가 옮은 정책을 내놓아도 사나운 개 같은 간신배가 있으면 정사(政事)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음을 설명했다.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구맹주산(狗猛酒酸)으로 사나운 개(狗猛)가 술집 손님을 막듯, 간신이 군주의 신뢰를 독점하면 충신이 멀어진다는 교훈으로 써왔다.오늘날엔 구맹주산(狗猛酒酸)을, 구성원의 일탈이나 턱없는 사나움이 집단의 훌륭한 가치와 이미지를 손상해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교훈으로 인용하기도 한다.아무리 선의와 정의감을 가진 집단, 즉 국가 또는 법원 같은 조직이라도 주요 구성원 일부가 본분을 잃어버리는 행태를 하거나, 턱없는 큰소리로 짖어대며 날 뛴다면 그 조직은 큰 어려움에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요즘 이런 구맹(狗猛)들이 설치면서 민주국가 유지의 근간인 사법을 농락하고, 사회를 혼란케 하고 있다. 여권 구성원 일부도 구맹(狗猛)의 행태를 보인다.날(日)을 시간으로 계산해서 내란범을 풀어준 판사는 술집에서 수백만 원어치 접대 받았어도 여전히 높은 법대(法臺)에 앉아 있다. 

대낮 음주 가무로 경찰까지 출동하게 만든 법관들, 형사소송법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게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한 오만한 대법관들까지, 사법부 구성원들의 일탈이 한계를 넘고 있다. 

대다수 법관이 양심과 윤리에 따라 공정하고 청렴한 재판으로 쌓은 사법부의 신뢰를 망가뜨리고 있다.그러면서 비판하는 국민에게 내놓는 말은 무조건 ‘사법부 독립’인데, 정작 지금은 ‘신뢰’에 대한 답을 내놓을 때다. 

이제는 그만 스스로 사법부를 붕괴시키는 구맹(狗猛)의 모습을 거둬야 한다.자녀결혼식 문제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국회의원, 갭투자를 비롯해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해놓고도 말씀마저 마구잡이인 국토교통부 차관, 자신의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차명 거래하다 적발된 여당 중진의원 외에도 여권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은 일탈이 꽤 있다. 

모두가 이 정부의 성공을 가로막는 구맹(狗猛)들이다.미국의 통상·안보 협상 압력과 심상찮은 집값, 사법부 개혁 등 나라 안팎의 어려운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모두가 힘을 합해서 국난을 극복하고, 반민주 세력을 척결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이니, 더는 사나운 개 노릇으로 큰일을 망치는 이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