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 / 작가·언론인

'명성은 조정(朝廷)에서 다투고, 이익은 시장(市場)에서 다투라'는 말로, 나랏일을 논하는 곳에서는 큰 뜻과 명예를 앞세우고, 돈을 버는 작은 이익은 저잣거리에서 따지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특정 집단이 사리(事理)나 합리성을 팽개치고 자기들만의 이익만을 무리하게 추구하는 부정적 행태를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는데. 법원과 검찰이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을 마다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계속 움켜쥐려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기도 하겠다.중국 전국시대 모사들의 책략을 다룬 <전국책>에 나온다. 이 고전 역사책은 기원전 1세기 중국 전한(前漢) 시대에 편찬됐다.장의는 소진의 합종책에 대항하여 연횡책을 기획했던 전국시대 전략가로, 그는 당시 패권을 다투고 있던 진(晋)나라 혜문왕을 모시고 있었다.어느 날 장의가 왕에게 “명예와 명분은 조정에서 다투고, 이익은 시장에서 다투는 법입니다(朝名市利). 그런데도 나라에서는 전하 쟁패라는 대의를 따르지 않고 하찮은 오랑캐 땅을 다투니 애석한 일입니다”라고 진언했다. 

여러 제후국이 서로 패권을 노리는데도, 진 혜문왕이 중원을 다투지 않고 북쪽의 하찮은 오랑캐 땅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여기서 나온 말이 조명시리(朝名市利)로, 목표를 위해서는 작은 이익이나 사사로운 다툼에 나서지 말라는 교훈이 담겼다.요즘 법원과 검찰의 개혁에 나라가 흔들릴 정도다. 두 곳 모두 절대 권력이랄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과 힘을 갖고 있었고, 국민은 으레 '그럴 수 있다'라면서 그들을 신뢰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광복 후부터 지금껏 이어진 수십 년간 그들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다.법원은 때로 권력에 눌려 '사법살인'을 저질렀고, 지금은 자기 권력에 취해 본분을 잊어버린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추락한 상황인데도 그들은 아직도 '독립'을 외치고 있다. 

독립이라는 말 뒤에 숨은 무소불위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물론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이미 권력화, 서열화돼버린 사법부는 자정의 기능조차 기대하기 힘들 정도다.권력의 주구(走狗) 노릇을 해왔고, 급기야 '검찰 정권'까지 만들어 낸 검찰의 문제와 폐해는 '말해 무엇하랴!' 할 정도다. 

국민적 공감대와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 방안에 대해 검찰은 안쓰러울 정도로 떼를 쓰면서 반항하고 있다. 12·3내란도 이들 책임이 크다.법(法)만이 법(法)이 아니다. 대다수 국민이 요구하면 대의기관인 국회를 통해서 새로운 법과 질서를 만드는 것이 민주사회다. 이를 거부하면 반민주 행태나 다름없다. 

사법부와 검찰은 이제라도 국민과 국가를 위한 대의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누려왔던 권력을 유지하려는 작은 이익은 '국가 기구'에도, 고위 공직자로서도 맞지 않다.사법부와 검찰의 구성원들은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처음 공직에 임명됐던 때를 생각해 보시라. 

그리고 정치나 사회에서 큰 목표와 개인적 이익을 명확히 구분하고, 상황에 맞는 지혜로운 처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명시리(朝名市利)의 고사성어를 한 번 음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