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有終之美) 

                김정렬(본지논설위원)

    아이들이 교문을 들어선다. 모두 고개를 숙여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교장선생님도 교문에 나와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다정함을 건네신다. “옛날에는 공부 잘해야 출세를 했는데, 요즘에는 인사를 잘 해야 출세를 해요. 

    대통령도, 시장도, 구청장도,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되지 않아요.” 하는 우스갯소리를 해본다. 

    사실,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표정과 몸가짐을 하는 것이 가장 쉽고 좋은 ‘보시’라고 불가(佛家)에서는 가르치지 않은가.  

    한해가 또 소리 없이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말년에 대한 근심이 더해간다. 마땅한 늙음의 선배가 귀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건강이 나빠졌다든지 누구는 기억력이 떨어졌다든지 하는 지인들이나 공인들의 근황을 듣는 것도 서글픈 일이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노추(老醜)이다. 아집, 독선, 물질과 허명(虛名)과 정력에 대한 집착 등은 늙음을 추잡하게 만든다.”라고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말을 했다.  

    이런 모습은 국가의 내란사태 이후를 보면서 더욱 절감한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던 분들이 벼슬을 하다가 나이가 들면 사법기관을 들락거리며 고초를 격고 있다. 

    또, 성공한 기업인들도 주가조작이나 부동산 투기, 세금포탈 등으로 국민들로 부터 존경은 고사하고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아무리 재주가 많아도 하늘을 뚫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인간은 불멸의 존재는 아니다. 언젠가는 빈손으로 왔듯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성기도 있지만 쇠퇴기도 겪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묵은 의자를 비워줄 적절한 나이를 찾아야한다. 걸레도 한 때는 아름다운 꽃무늬로 수놓아진 천이었다. 

   어느 것은 아름다운 처녀들의 원피스로써, 또 어느 것은 겨울날 무릎시린 어머니들의 내복으로 써 제 할을 일 다 하고 버림을 받는다. 

   그러나 걸레는 낡고 퇴색한 세월의 뒤안길에서도 오직 남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갈기갈기 자신의 몸을 찢고 있다. 

   이는 마음속에 피어 있는 한 송이 아름다운 연꽃이 아니겠는가.

   우리에게는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다. 물론, 영원한 젊음도 영원한 노년도 없다. 

   챔피언도 죽지 않고서는 챔피언벨트를 영원히 뺏기지 않을 수 없다.  나이가 들면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 인생의 순리가 아니겠는가. 

   줄을 잘못서고 과욕으로 대역 죄인이 되어 본인은 물론, 후손들에게도 부끄러운 조상이 된 사례를 역사는 수업이 가르치고 있다. 

   인간의 행복은 탐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성실함과 겸손에서 나온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삶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를 돋보이려고 하는 것 보다 남들이 돋보이도록  도와주는 것이 노년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나이 육십이 넘으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별반 차이가 없고 , 나이 칠십을 넘기면 가진 자나 못가진 자나 다르지 않고,  더 나이가 들면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똑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는가.  

   “책상이 있으면 의자가 있어야겠고, 책상과 의자가 있으면 서재가 있어야겠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집터가 있어야겠다. 

   집이 있으면 나라를 가지고 싶고 ,나라가 손에 들어오면 왕이 되고 싶다. 왕이 되면 하늘에 반역해 가면서 영토적 야심이 생긴다. 이런 소유욕으로는 우리는 늘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는 어느 철인의 말이 틀림이 없다.    

    돈, 명예,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세상은 없는 것인가. 

    대한민국에는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정치지도자들은 없는 것일까.  

   오늘 따라 “이봐 김씨, 너는 사람은 물론 강아지나 고양이가 지나가도 인사를 잘 하는 구나”라는 말이 싫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나이 들지 않고 잘 익어가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