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 / 작가·언론인

'나라는 항상 강할 수도 없고, 항상 약할 수도 없다'라는 말로. 국가의 흥망성쇠는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한때 강했던 나라도, 한때 약했던 나라도 군주나 위정자, 지도층이 법을 지키고 원칙을 세우면 강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쇠약해진다는 점을 내포하는 고사성어다.공정과 인권의 가치를 지킨다는 이유로 우러름을 받는 변호사 집단의 구성원 중 일부가 법정 소란은 물론 법관을 능멸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법치주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한비자(韓非子)> '유도(有度)' 편에 나온다. 도덕보다 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법가(法家) 학파 한비자는 그의 저서에서 '국무상강 무상약(國無常强 無常弱)'이라는 글로, 영원히 강한 국가도 없고, 영원히 약한 국가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을 따르는 것이 강하면 국가가 강해지고, 법을 따르는 것이 미약하면 나라가 약해진다(奉法者强則國强, 奉法者弱則國弱)'라고 썼다.그는 국가의 흥망성쇠가 군주와 신하가 법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법을 강단 있게 받들면 나라가 강해지고, 법 집행이 나약하면 나라가 약해진다고 논증하는 과정에서 이 글을 썼다.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으니 늘 스스로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한비자의 이 글은 오늘날 국가뿐 아니라 기업, 개인 등 모든 조직의 흥망도 영원하지 않음을 일깨우며, 항상 겸손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요즘엔 '국무상강 무상약'만 따로 떼어져 '영원한 강국도, 영원한 약소국도 없다'라는 경구로 일반화되어 국제정세나 국가 경쟁력 논의에서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최근 어떤 변호사들이 법정과 온라인 등에서 소란을 벌이고 법관을 능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변호사 본연의 역할을 왜곡한다. 

변호사는 법조삼륜(法曹三輪)의 하나로 법의 수호자이자 인권의 보루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과 함께 공공성의 대상이다. 그런 변호사들의 품위 상실과 일탈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게다가 이들의 모습은 단순한 순간의 감정 표출이 아니라, 재판부를 정치적 대상으로 몰아 여론을 선동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법 절차를 가장 잘 지켜야 하는 변호사들의 이런 행위는 법의 공정성을 훼손시킴은 물론 법조인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을 망각함으로써 스스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자해행위다.지금 우리 사법부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고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은 분명하나 일선 법정에서, 그것도 변호사들이 소란과 조롱으로 법관을 능멸하고, 유튜브에서는 법원과 법관을 향해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천박하고 저속한 말을 쏟아내는 것은 분명 법치를 망가뜨리는 행태다. 변호사들조차 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사회 혼란과 국력 쇠퇴는 불 보듯 뻔하다.대통령과 한패가 돼 불법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전직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들이 정당한 변론 활동은 팽개친 채 법관을 조롱하고 법정을 모독하면서 극우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여론몰이 작태에 '법을 따르지 않으면 나라가 약해진다'라는 교훈이 담긴 한비자의 '국무상강 무상약'의 고사성어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