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정유사 대변자 역할” 의문

시장 독과점 우려 ‘소비자 피해’ 귀결 가능
정유사 공급가격 부당한 차별 보기 어려워

<속보> 대기업 정유사들이 유류시장에서 독과점 시도, 자영주유소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본지 지난 5월21일 1면 보도)

그런 가운데 주민은 물론 국민들의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이 올라 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달 20일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재벌 계열사인 정유사들의 유류시장 독과점 시도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하의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 주유소는 크게 직영주유소와 자영주유소로 나뉘고 직영주유소는 국내 정유사의 하부구조이므로 자영주유소에 비해 구조적으로 유리하여 자의적인 가격 조정도 가능한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최근 정유사들이 자영주유소에 직영주유소 보다 더 높은 공급가격을 책정하였기에 향후 시장 독과점이 우려되며 이는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자유 시장 경제 체제하에서 원칙적으로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들에 대해 자유로이 공급가격을 책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사업자의 가격책정이 시장경쟁을 저해할 경우에는 시장의 효율성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금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1호에는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예를 들면 부당하게 거래지역 또는 거래 상대방에 따라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행위(가격차별), 정당한 이유 없이 자기의 계열회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하여 가격, 수량, 품질 등의 거래조건이나 거래내용에 관하여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는 행위(계열회사를 위한 차별)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며 “다만 모든 가격 차별 행위 또는 계열회사를 위한 차별행위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공정거래저해성)’가 있는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규율 대상이 된다”라고 덧 붙였다.

한편, 가격차별행위의 위법 여부는 ① 행위자가 가격차별로 인해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 강화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 ② 가격차별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려는 의도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 ③ 가격차별의 정도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 ④ 거래상대방이 배제되거나 배제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 ⑤ 거래상대방이 거래처를 쉽게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 ⑥ 가격차별의 정도가 일회성인지 지속적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조업 감시과 한 사무관은 “국내 정유사가 직영주유소와 자영주유소 간 공급 가격을 차별하였다는 점만으로 곧장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그리고 최근 3개월 동안의 직영주유소와 자영주유소 간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을 살펴본 결과 직영의 경우 1,491원(3월), 1,341.67원(4월), 1,270.87원(5월), 자영의 경우 1,466.91원(3월), 1,321.88원(4월), 1,250.87원(5월)으로 양자 간 차이가 나타나기는 하나 이러한 차이만으로 직영주유소와 자영주유소에 대한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부당한 차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사항은 엄연하게 가격차별이 경쟁사업자를 배제 하려는 의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제2항에 해당되고, 가격차별의 정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제5항에도 해당 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측이 대기업 정유사 입장을 대변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유사들의 독과점 시도 관련 지속적인 감시를 한 뒤 다시금 판단을 내려서 자영주유소들이 위기에 봉착, 도산까지 갈수 밖에 없는 아픔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