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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의 미학 (美學)
기자│승인 2022.07.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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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소리의 미학 (美學) 


 김정렬 본지논설위원 / 전)연성중학교장 


    얼마 전, 반가운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다. 40여 년 전 군복무를 마치고 섬마을 학교에 복직 발령을 받아 가르쳤던 제자들이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지난 시절을 뒤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 고희를 축하드립니다. 저희들도 60세가 다되어 갑니다. 

세월이 참 빠르지요.”라는 말과 함께, 중학교시절의 고문도구(?)에 가까운 회초리와 반복된 잔소리를 잊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사실, 내가 그들을 가르칠 때는 교육환경이 너무 좋지 않았다. 

열악한 생활환경, 식수부족, 꽁보리 도시락, 잘 씻지 못해 갈라진 손등.......... 학급 당 인원수도 60명을 넘었으며 마땅한 시청각 자료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손수 만든 괘도와 교과서가 교수-학습자료의 전부였다.  

자연히 가르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회초리와 잔소리였다. 요즘 같으면 폭력교사로 교단에 서지 못할 텐데……. 원망보다는 감사를 표하며 금일봉까지 주는 제자들이 너무 고마웠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잔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행동은 변해간다. 잔소리를 싫어하면서도 잔소리를 먹고 자란다. 잔소리가 보약인 셈이다. 

하기야, 잔소리도 애정과 관심이 있으니 하는 것 아닌가. 자기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잔소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면 너무 잔소리를 듣지 않고 자라는 것 같다. 자녀가 공공장소에서 떠들어도,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도, 늦게 일어나고 밤에 늦게 귀가해도, 용모나 복장이 단정하지 못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자식을 기죽인다고 다른 사람이 나무라는 것’도 못마땅해 한다. 아이들을 적게 낳다보니 더욱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금지옥엽(金枝玉葉)처럼 키우다 보면 자기 자신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고마움도 미안함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한 자녀 가정이 늘다보니 남들과 어울릴 대상도 없다.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상대방에게 권할 기회가 없다. 

자신을 왕자며 공주라고 착각도 한다. 형제자매가 무엇인지, 가족이 무엇인지, 심지어 부모가 왜 소중한지도 모른다. 

부모는 배가 고프면 밥을 주고, 추우면 옷을 사 주며, 방이 더러워지면 청소를 해주는 편리한 하인쯤으로 생각해버리기도 한다. 

   부모가 평생을 자녀와 함께 살아줄 수 없다면 혼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한다. 행동이 잘못 되었을 때는 잔소리라도 하여 바로잡아 주어야한다. 

내 인격이 소중하면 남의 인격도 소중하며, 내 부모가 소중하면 남의 부모도 소중하다는 진리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좋은 습관형성은 반복과 강화를 통해서만이 이루어진다. 

새뮤얼 스마일즈는 「네 꿈과 행복은 10대에 결정된다. 」에서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달리지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달리지고, 습관을 바꾸면 성격이 달라지고 성격을 바꾸면 운명이 달리진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잔소리 하는 것이 귀찮다고, 괜히 간섭을 하여 봉변을 당할 것 같아서, 내 자식 기죽일 까봐서, 잘못된 언행을 보고도 눈감아 버린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옳음과 그름도 구별 못하는 가치 판단의 혼돈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콩나물은 잘 자란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잔소리를 아끼지 말자. 아이들은 잔소리를 싫어하면서도 잔소리를 먹고 바르게 자라기 때문이다. 

   알찬 방학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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