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혀, 사람의 말 

 김정렬 (본지논설위원)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이해인의 ‘말을 위한 기도’에서 )』

   요즘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또, 몇몇 정치인들의 거친 언어표현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심한 욕설, 비속어 , 중상모략 , 어법을 무시한 마구잡이식의 표현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언어폭력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환율도 불안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의 삶이 고통스러운데, 정치에 대한 혐오감마저 키우고 있으니…….   

   우리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지는 않나하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 급격한 산업화로 자연환경만 오염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정신세계도 오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반적으로, 살기가 힘들어지면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다고 한다. 욕설이 많아지고 경음화 현상도 일어난다. 군복무를 해본 사람은 어렵지 않게 이런 경험을 한다. 

   유격훈련이나 사격 훈련 등 힘들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보면 병영에 긴장감이 감돌고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고, 심하면 인화가 깨지기도 한다.

   한창희는  <혀, 매력과 유혹>에는 “말은 그 말에 해당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있다. 말은 병을 낫게도 하고 병에 걸리게도 하며 말은 부자가 되게도 하고 가난뱅이가 되게도 한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우리는 과거에 말한 대로 현재를 살고 있으며 오늘 아니 이 시간에 어떤 말을 하느냐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사실, 언어학자들은 말은 습관에 의하여 형성되며,  행동과 생각을 지배한다고 한다. 

   고운 말을 사용하고 남을 칭찬하다보면 자신의 행동이 순화되고, 자신의 심성이 고와지는 것을 느낀다. 

   반대로 거칠고 험한 말을 자주하면 습관으로 정착되어 심성이 나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칭찬이나 격려는 남을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한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도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남을 용서하지 않고서는 나 자신이 편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범했다고 해도 관용을 베풀고 고운 말로 타이르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람을 거친 말로  비난하고 짓밟는다면 원망과 분노를 촉발시켜 회개할 여유를 주지 못하게 된다.

   세상의 삶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우리에게 몸(身體)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숨을 쉬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관용과 배려로 여유로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중상모략, 온갖 욕설과 폭력으로는 평화를 찾을 수 없다. 단지 또 다른 폭력만을 낳을 뿐이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자신의 언어습관을 점검해보고, 올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천사의 말을 하면 스스로 천사가 되고 악마의 말을 하면 스스로 악마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