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니 봄이 온다

-역경지수(逆境指數)를 높이자-

김정렬(본지 논설위원/前연성중교장 )

    세상을 살다보면 늘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여곡절이 더 많다. 

   좌절과 분노, 성공과 환희, 시기와 질투 등 예기치 못한 일로 기뻐할 때가 있고  상심할 때도 있다. 평생 동안 괘도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살아가는 셈이다.

   영국의 작가인 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은 「The Summing Up」에서 인생을 조각돌에 비유했다. 

   큰 바위를 쪼개면 예리한 조각돌이 많이 나오는데 이 돌들을 자루에 넣고 오래 흔들면 조각돌의 예리한 각들이 서로 갈려 나중에는 둥글둥글한 조약돌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세월이 지나면 인생의 예리한 각은 사라지고 둥글둥글해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여 힘들게 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자루’에 들어가  예리한 모습은 사라지고  둥글둥글한 조약돌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분리불안으로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유치원 아이들, 학교가 낯설어 힘들어 하는 초등학생들,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학생들, 그리고 대학입시라는 전쟁터에 나서기 위해 출발선에 들어가는 고등학생들 …… 성장과 변화를 위해 고통스러운 탈피(脫皮)를 하고 있다.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이 있다.  부모를 잘 만나서 넉넉하고 좋은 가정에서 좋은 보살핌을 받고 사교육을 잘 받아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을 구하여 평생을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금수저라고 한다. 

   그와 반대인 사람을 흙수저라고 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부를 물러 받아 행복하게 사는 사람보다 자수성가하여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능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경지수(AQ, Adversity Quotient)도 있다. 

   뜨거운 불속에서 잘 구워진 흙수저가 열에 약한 금수저보다 더 단단하여 부서지지 않고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며 오래 쓸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역경을 겪은 것도 인간의 능력으로 간주한다.  

   실례로 사마천은 옥에 갇혀 남근(男根)이 잘리는 치욕을 겪으며 『사기』를 썼고, 볼테르는 왕실에 대한 담시를 썼다는 이유로 11개월을 바스티유감옥에 갇혀 『앙리아드』를 지었고, 존 번연은 왕군에 잡혀 베드포드 군 형무소에서 11년간 옥살이하면서 『천로역정』을 집필했다고 한다. 

   또, 세르반테스는 왕실 감옥에 갇혀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쓰기 시작했으며, 마르코 폴로는 포로생활을 하면서 『동방견문록』을 썼다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께 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다. 

   학교생활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자녀의 뒷바라지가 아무리 어려워도, 선생님 노릇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어도, 주어진 여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해보자. 

   역경과 고난 속에서 명작이 나온다는 사실이 동서고금의 진리가 아닌가.

   봄이 오니까 꽃이 피는 것이 아니고 꽃이 피니까 봄이 온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울어야하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울어야한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4월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