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하여 기도 합시다  

 김정렬 / 본지 논설위원(주필) 

언제부터인가 ‘잘된 일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잘못된 일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가치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은 보지 않으려하고 상대방의 잘못은 잘 찾아내서 공격하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또, 어려운 일이 닥치면 책임은 아랫사람에게 넘기고, 명예는 자신들이 차지하려고 한다. 

의무는 소홀히 하고 권리만 누리려는 이기적이고 꼴불견스러운 모습들이다.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되려면 자신을 희생하고 모범을 보여주며 감동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잘된 일은 남의 덕이고 잘못된 일은 내 탓으로 돌리는 덕성을 지녀야한다. 이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출발점일 것이다.

불행히도 지난달에 156명이 사망하고 157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참사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일어났다.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려 대참사가 예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를 대비한 현장관리와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일어난 압사(壓死)였다. 참사의 현장에는 국가도 없었고 지방정부도 없었다. 

단지 아우성만 있었다. 만약 더 큰 재난사고라도 일어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갈팡질팡하다가 희생을 당했을 것이다. 세계 무역 10대 강국이고 치안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린다. 

사태가 이지경인데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공직자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진정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으니……. 심지어 축제를 즐기려고 왔다가 희생을 당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꼴불견들도 있다. 

또, 희생자들이나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방송매체도 있다고 하니…….

혹자들은 이번 참사를 민주주의의 실종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자율성이 유지되도록 공권력이 작용해야하는데도, 안일무사와 방관적인 자세가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기주의가 민주주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득력이 있는 주장도 있다. 

물가와 금리는 급격히 오르고 환율도 불안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의 삶이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연일 미사일과 포사격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삶이 불안하기만 하다. 실상이 이런데도 진영으로 나뉘어 ‘남의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어 정쟁만 있고 민생은 안중에도 없으니…….

파스칼은  “이상한 일이 하나 있다. 사람은 외부에서 일어난 죄악이나 잘못에 대해서는 크게 분개하면서도 자기 책임 하에 있는 자기 자신이 저지른 죄악이나 잘못에 대해서는 분개하지 않고 싸우려하지 않는다.”는 충고를 하고 있다.

승객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지 않았다. 

그 동안 재발방지를 다짐하며 대책을 마련한다고 수많은 다짐을 하였지만 이번 참사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 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나라를 위하여 기도를 한다.